내 집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내가 초대받은 경우도 그렇다. 정말 가까운 친구가 집에 초대를 해도 빵 한 봉지라도 사가는 것이 마음이 편한데 윗사람인 어른들이 초대를 하시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3월이라 날씨도 따뜻하고 봄기운이 돋아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기흥역에 도착했지만 집 방문할 때 무엇을 사가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흥역에는 ak백화점이 있어서 사실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선물을 고르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책 선물을 해갈까 해서 기흥역 백화점 books libro에 가보니 서점 규모가 크지도 않았고 느낌이 오는 책을 고르기는 힘들었다. 베스트셀러를 사자니 이미 가지고 계실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자니 상대방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이 들어서 그냥 책 구경만 하다가 서점을 나왔다. 그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무인양품에 샤워가운이었는데 무인양품 샤워가운은 사이즈가 다양하게 나오지 않아서 적당한 사이즈를 사기에 부적합했다. 결국 무인양품도 그냥 나오게 되었다.
( 내 친구들은 어른 집 방문할 때 어떤 선물을 사가는지... 친구들한테 카톡이라도 할까 하다가...) 최근에 친구에게 꽃 선물해 주고 좋아해 준 기억을 꺼내서 꽃집을 검색해 보니 평점이 좋은 꽃집이 보였는데 바로 "모퉁이, 꽃집"이었다. 방문자 사진도 다 예쁘고 동네 꽃집이라고 하기에는 감각도 있으신 것 같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찾아가 보았다. 기흥더샾오피스텔에 201동 112호라고 적혀있어서 1층을 열심히 둘러봤는데 보이지 않아서 조금 헤맸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2층 같은 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모퉁이꽃집이라고 적혀있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가게 이름만 보고 모퉁이에 있겠다 생각했는데 역시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격 : 4만원 ( 23년 3월 기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하기만 해도 위의 사진처럼 만들어 주신다. 우리가 간단한 포장만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심플하게 만들어주신 느낌이 저 정도.. 웨딩부케처럼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보라색, 분홍색, 흰색 계통으로 맞춰서 크게 장미, 튤립, 프리지어로 조합해 주셨다.
이렇게 전시된 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꽃송이를 말씀드린 후,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끝. 참 쉽다.
꽃다발은 항상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다고 느껴지지만 선물로 받으면 기분이 좋다. 가끔 필요하지 않은 선물 받으면 어떻게 써야 하나 난감할 때가 있는데 꽃은 필요하지 않아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신기한 선물이다.
가게 분위기도 인스타 감성이다. 어느 각도로 찍어도 다 예쁘게 나온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다. 화분들도 보면 원목 인테리어에 맞춰서 신경 쓰신 것 같다. 화분 하나하나가 다 조화스럽다.
꽃집을 둘러보다가 프리저브드 플라워도 발견했는데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고 포장도 하신다고 했다. 가격은 2만 5천원 정도인데 물을 갈아줄 필요도 없고, 오래 보관이 용이하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프리저브드를 구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흥역 10년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였는데 요즘은 아파트도 생기고 백화점도 생겨서 정말 신기했다. 기흥역 근처 아파트 방문할 때 준비할 선물이 마땅치 않다면 모퉁이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토요일은 오후 5시가 마감시간이고 일요일은 휴무라는 점만 유념하면 된다.
최근 도시에 꽃집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특별한 날에 꽃을 드는 것이 아니라, 꽃을 사가며 특별한 날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도 최근에 꽃을 많이 사면서 그냥 평범한 날이어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 꽃다발을 하나 구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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