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2 - [책을 읽어보자] - 도서 돈의 심리학 (주식투자 관련)
도서 돈의 심리학 (주식투자 관련)
돈의 심리학은 19,800원이라는 책 값 치고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책이다. 388쪽이라 읽기 적당한 분량이고 김정주(넥슨지주회사) 대표, 박성진(이언투자자문 대표), 제이슨츠바이크(월스트리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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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은 관점이 좋은 작가다. 시선이 예리하거나 날카롭거나 깊은 사유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작가들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정세랑은 그보다 뭉뚱하면서도 종종 구석으로 뻗치는 시선 안에 적절한 온도의 따듯함이 담긴, 그래서 배경이나 소재로 쓰는 하나하나나 잠깐 짧게 서술하고 지나가는 무엇에 대해 나도 같이 스쳐 지나가며 읽다가 문득 곱씹을 때, 그 관점이 현재 나에게도 편하고 미래에도 누군가를 쉬이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다는 면에서 참 좋은 작가다. 그리고 글을 재밌게 써서 좋다. 물론 모든 소재나 내용이 항상 ‘하하하’ 재밌다는 것은 아니고 글을 읽는 맛이 있어 독자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쓴다는 점에서 좋은 이야기꾼이다. 정세랑 작가가 쓴 모든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면서 그냥 지금까지 생각한 점은 이렇다. 작가 정세랑2를 나중에 쓸지 안 쓸지 모르지만, 오늘은 ‘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에 대해 각각 간단한 느낀 점을 쓰려 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어도 재밌는 소설이다. 하긴 그렇게 재밌으니까 넷플릭스에서도 드라마로 제작했겠지. 안은영은 내가 좋아할 만한 21세기 영웅이다. 뭐랄까, 안은영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만약 그녀가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더라도 본인이 필요로 되거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혹은 행동해야 하는 인생의 순간에 기꺼이 나서서 남을 위하고 공동체 유지에 기여하는 평범한 선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참고로 나는 세계와 공동체는 평범한 선한 사람들의 힘으로 지탱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수많은 평범하고도 선한 사람들의 도움이 모여서 유지된다는 믿음의 소유자다.) ‘그런 선한 사람이 능력을 가졌을 때’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영웅에게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능력을 가졌고, 심지어 그 능력 때문인지 아마 밝고 긍정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기는 조금 어려웠고(사회화가 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얼마나 사람의 인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가), 분명 흘러가기 쉽다면 쉬운 나쁜 세계가 있음에도 빠지지 않은 채, 지금도 거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들을 하느라 일주일이 모자랄 정도로 생활하며 너무 지치고 피곤한데도 수고를 마다 않는 안은영이니, 곧 영웅이고 위인이다. 그리고 안은영의 세계에서는 안은영만 능력자로 묘사되지 않는다. 어딘가에 또 다른 고군분투의 안은영들이 있고, 다른 방식으로 세계에 기여하는 능력자-예를 들어 옴잡이도, 조금 넓은 의미에서는 홍인표도 포함된다-도 있다. 결국 그렇게 유지되는 게 세계다. 그 점이 난 좋다.
여담으로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가로등 아래 김강선’이다. (드라마의 해당 에피소드는 그만큼 좋아하진 않는다. 책의 서술이나 표현 방식이 훨씬 내 스타일이다.) 또 다른 여담으로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시즌 1을(시즌 2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봤을 때, 제일 먼저 소설을 안 읽은 사람들도 잘 이해가 될지 궁금했다. (난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봐서 그 기분을 잘 모르니까) 그런데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드라마와 영화와 다큐를 보며 보내는, 그리고 그 감상을 설거지, 빨래 등 다른 활동과 기꺼이 병행하시는 내 어머니께서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다른 일과 병행하며 봤더니 이해하기가 어렵더라는 평을 남기셨다. 평소 한국을 넘어서 중국, 일본, 종종 미국 및 유럽의 작품까지 섭렵하시는 분이 나름 한국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보건교사 안은영’에만 그리 말씀하신 게 특이하다. 나는 책을 보셨든 안 보셨든 드라마를 볼 분들이라면 한국어 자막을 설정해두고 보면 좀 더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다. (의도한 것인지, 후시 녹음의 문제인지, 아니면 워낙 소재도 연출도 기괴한 면이 많아서인지 대사를 한 번에 알아듣고 이해하기 힘들 때도 많다.)

‘보건교사 안은영’에 관해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으니 뒤에 책 3권은 정말 짧게 다뤄보자. ‘지구에서 한아뿐’은, 개인적으로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말을 약간 무서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다시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상상력 좋은 SF 로맨틱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왠지 모를 서스펜스도 있는?) 극 중 한아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현실 어딘가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더는 쓸 수 없는 옷이나 물건을 간직할 수 있는 실용적인 물건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직업은, 개인들의 추억이나 옛것을 지켜주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작가 정세랑의 가치관이나 생각의 지점이 보이는 것 같다. 20대에 쓴 글을 30대에 다시 고쳤다는 작가의 말답게 풋풋하고 설익은 면모도 보이고, 꼼꼼하면서도 좋은 설정이 엿보일 때도 많다는 점에서 장단이 함께 있는 소설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세랑의 장점 중 하나는 인물들을 허투루 쓰거나 기계적으로 사용해 소외시키지 않고, 캐릭터를 성실히 구상하고 인물에게 부여해 애정 어리게 다룬다는 것이다. 그 장점이 굉장히 잘 드러나는 소설이 ‘피프티 피플’이다. 나라면 이름 짓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 수많은 인물들을 한명한명 다룬 단편이 모여 하나의 소설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어느 때는 성기게, 어느 때는 촘촘히 어우러져 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만들어 간다. 정말 좋은 설정의 소설을 능력이 되는 좋은 작가가 시도한 덕에 매우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너무 몰입해 읽어서 한편한편의 인물들이 너무 슬프거나 괴롭지 않기를, 이야기가 희망적이길 간절히 바라며 읽었다. 여담으로 나는 정세랑의 작가의 말을 소설만큼 재밌게 읽는데, 이 책도 작가의 말에 재밌는 정보를 담고 있어서 소설을 다 읽고 마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여담으로, 처음에는 머리로 인물의 이름과 관계를 생각하며 읽더라도 중간쯤 가면 헷갈리고 하나둘 기억이 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세상 똑똑한 분들이 인터넷에 ‘피프티 피플’ 관계도를 많이 정리해 그려두셨으니 참고하면서 보거나 다 본 후 찾아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은 짤막한 이야기이다. 창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라 최영훈 작가의 그림도 함께 있다. 쉬운 말로 쓰여서 금방 완독할 수 있고 청소년이 읽기도 좋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써보고 싶은 부류의 소설 중 하나이다. 기담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도깨비와 씨름하는 이야기가 큰 기둥인데, 주인공이 참 나 같고 우리 같다. 그래서 크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아서 안도하게 되고, 더 조마조마 씨름을 보게 된다. 책을 보면 절박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있는데, 나는 절박하기도 버거울 때가 있어서인지 절박함도 무언가에 통할 정도로 있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내가 덜 절박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름 전통적인 소재로 기묘하면서도 꼰대같지 않은 정도로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대한 여담으로, 내가 정세랑을 좋아하는 건 정세랑은 좋은 작가를 넘어서 좋은 사람인 것 같기 때문이다. 책에 담는 가치관이나 관점도 좋지만, 작가의 말을 읽고 감히 예측해보건대 주변 사람들과도 오래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성의껏 대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난 글을 쓰거나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주변에 기복을 보이거나 특유의 객기가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물론 정세랑이라는 사람을 실제로 1도 모르니까 사실 여부는 모르지만, 왠지 다른 사람들을 자세히 보며 주변에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정감이 간다. 내가 본 정세랑과 책 몇 권과 그에 관한 여담에 관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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