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감독: 이병헌
배우: 아이유, 박서준,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백지원
장르: 드라마, 코미디
영화 드림을 보았습니다. 감독 이병헌도 배우 이지은(아이유)과 박서준도 크게 관심이 없지만 단체로 관람을 할 일이 생겼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 자체보다도 이병헌 감독에 대한 여러 잡다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하게 적고 싶지만 제가 본 이병헌 감독 작품이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체질 그리고 이번에 본 영화 드림이 전부이기에 간단히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병헌 감독 이야기를 하기 전 영화에 대한 평가를 간략해 해보겠습니다. 4월 28일 현재 네이버 영화 평점 8.02라는 낮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는 영화 드림은 평점 알바는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병헌, 이지은, 박서준의 팬들이 사랑으로 만들어낸 평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는 정말 별로입니다. 왜 별로인지는 지금부터 끄적여보려 합니다.
웃음을 만드는 방법
이병헌 감독의 유일한 장점이면서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이병헌 감독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케미는 정말 재밌습니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체질에서 보여준 적재적소의 티키타카는 알고 봐도 계속해서 웃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상황과 맞지 않는 대사와 배우들의 행동을 자연스레 장면에 녹여내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짤이 뜨면 알면서도 또 보게 만드는 마성이 있다고 할까요.
안타깝게도 영화 드림은 웃기지 않습니다. 이병헌 감독이 자신의 장점이 웃음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 같고 실제로도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려는 것이 분명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웃기지 않습니다. 일정 부분은 아이유와 박서준의 연기력의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병헌 감독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이병헌 감독이 웃음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사실 이병헌 감독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저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캐릭터(특히 소수자)를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소수자를 놀리거나 비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가끔은 있습니다). 다만 외운 듯한 윤리의식이 종종 보입니다. 우리가 장애인 또는 성소수자의 특징을 가지고 비하하거나 놀려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을 때 누군가는 그들이 마주하는 삶의 어려움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병헌 감독은 딱히 그런 공감은 없지만 그냥 비하하거나 놀리면 안된다고 외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 장면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화 드림에서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진주(배우 이지현)라는 여성이 나옵니다. 진주는 윤홍대(배우 박서준)를 잘생긴 축구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합니다. 진주는 폭력 사건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윤홍대가 재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로 사용됩니다. 윤홍대가 준 축구클럽 유니폼을 입고 놀이터에 앉아 있던 진주를 고등학생들이 성추행합니다. 이때 윤홍대가 나타나서 그들을 모두 때려눕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같은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합니다. 윤홍대는 예전에 있던 폭력사건으로 안좋은 평가를 받던 차에 또 폭력을 휘둘렀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이런 윤홍대를 구해낸 것 또한 진주입니다. 영화는 성추행을 당한 진주가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추행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진주가 잘생긴 축구선수인 윤홍대를 위해 갑자기 방문을 열고 증언을 해냅니다. 윤홍대는 덕분에 스타가 되어 재기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내용을 보면 이병헌 감독은 지적장애인을 전혀 나쁘게 다루지 않습니다. 비하하지도 않았고 놀리지도 않았습니다. 지적장애인을 희화화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찜찜합니다. 진주라는 지적장애인 캐릭터를 설정해두고 저렇게 소비해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진주 캐릭터를 두고 소비, 사용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이병헌 감독이 실제로 진주를 하나의 장치로밖에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적장애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 없이 이병헌 감독은 진주를 사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못은 없기에 저 또한 드러나게 비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코미디 영화를 보며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하는지 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주를 다루며 진주의 애인인 손범수가 윤홍대를 질투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냈으니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딱히 뭐라 반박할 말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조금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소재 선정
이병헌 감독의 웃음을 유발하는 방법이 위와 같다는 제 생각이 맞다면 그 연장선에서 영화 드림은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영화는 홈리스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실화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홈리스를 희화화하면 안된다는 것은 이병헌 감독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극한직업을 생각해봅시다. 극한직업은 이병헌 감독의 웃음 유발 능력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그 영화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희화화됩니다. 거의 바보에 가까울 정도로 형사와 조폭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냅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누구도 형사와 조폭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희화화되어도 우리는 맘 편히 웃을 수 있습니다. 현실이 저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홈리스는 다릅니다. 홈리스는 희화화할 수 없습니다. 이병헌 감독도 홈리스를 희화화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캐릭터로 웃길 수도 없습니다. 영화의 많은 개그가 윤홍대와 이소민, 그리고 홈리스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마 그런 까닭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그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홈리스 주인공들은 주로 신파를 맡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코미디를 맡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는 신파도 코미디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됩니다(사실 안 웃긴 장면은 안 웃기면 됩니다. 영화는 모든 장면에서 관객을 웃길 필요가 없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시간
물론 이병헌 감독은 이전에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체질로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심지어 멜로가체질은 제가 여러번 본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 멜로가체질과 영화 드림의 흥행 여부에는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겁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요소중 하나로 드라마와 영화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멜로가체질은 16부작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이병헌 감독은 그 긴 시간을 통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하였습니다. 드라마는 긴 시간을 방영하기에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멜로가체질에서도 이병헌 감독의 조금 거친 캐릭터 소비와 부족한 윤리의식,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비약 등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긴 시간동안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감정을 불어넣었고 이에 저런 단점은 잘 덮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정도밖에 되지 않고 관객은 감정을 이입할 시간이 없습니다. 감정이 잘 이입되었다면 영화 리얼의 폭력성과 부족한 윤리의식은 큰 문제로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멜로가체질의 상수라는 캐릭터를 저는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병헌 감독은 상수를 처음부터 너무 폭력적인 캐릭터로 등장시켰습니다. 자신의 촬영에 방해된다고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욕을 배우와 다른 카메라감독에게 퍼붓습니다. 이 또한 이병헌 감독의 잘못된 캐릭터 소비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6부작을 통해 시청자들은 상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었고 드라마가 다 끝난 지금은 멜로가체질에서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멜로가체질이 2시간짜리 영화였고 똑같이 상수가 거칠고 폭력적인 캐릭터로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캐릭터를 더 알아갈 시간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상수를 좋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이병헌 감독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위에서는 단점만 이야기하였지만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가 정말 대단하고 힘든 일이란걸 알고 있습니다(아무리 안좋은 영화여도 누군가 너는 그 반의 반이라도 만들 수 있냐고 질문 한다면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하겠습니다). 이미 훌륭한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만들었고 아마 앞으로도 만들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병헌 감독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이 사회적 약자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한 번쯤 돌이켜보면 좋겠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자신이 희화화 해도 괜찮은 소재를 선택하고 거기에 자신의 강점인 코미디를 얹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드림은 안 웃기다는 문제를 넘어서 웃음을 만드는 방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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